가격을 낮추는 경로는 셋이다. 미래 이익에 대한 의구심, 이익은 그대로여도 낮아지는 배수, 가격을 먼저 흔드는 강제 매도다. 14~15일에는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 조달 문제가 부각되면서 앞의 두 경로가 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질문이 생겼다.
A · 미래 이익에 대한 의구심CXMT
13일 급락을 다룬 보도에서 자주 거론된 재료는 중국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다. 차오칸위 사장은 10월 10일 상하이 학회에서 셀 면적을 줄인 4F² 구조 D램에 '핵심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이 구조를 쓴 서버용 DDR5 RDIMM을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12일 외신 보도로 알려졌다.1 서버용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나눠 온 시장이어서, 경쟁자가 늘면 D램 값과 이익률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CLSA는 CXMT의 출하량 기준 D램 점유율이 올해 12%에서 내년 14%로 오를 것으로 본다.1 15일 마감 보도에서도 CXMT 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 우려가 하락 재료로 거론됐다.9
반대 증거도 나왔다. 송재혁 삼성전자 CTO는 14일 '삼성전자도 4F²를 개발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3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새 기술을 적용한 10나노 미만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F² 로드맵을 공개했다. CXMT는 구체적 사양과 출시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고, 테크인사이츠 자료로는 메모리 3사가 1c(10나노급 6세대) 공정으로 서버용 제품을 양산하는 반면 중국 업체는 2세대 이상 뒤처져 있다.1
메모리 쪽 할인은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10월 12일 기준 미국 메모리·스토리지 4사(마이크론·샌디스크·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는 고점 대비 평균 33.5% 낮고, GPU 설계사 엔비디아·AMD와 파운드리 TSMC는 52주 최고가 대비 평균 7.5% 낮다. DS투자증권은 이 차이를 메모리 수요 약화보다 관심이 연산 쪽으로 일부 옮겨 갈 가능성으로 해석했다.22
B · 이익은 그대로여도 낮아지는 배수금리 · AI 자금 조달
이익 전망이 유지돼도 그 이익에 주는 배수는 내려갈 수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월 1~14일 5.19~5.31%, 30년물은 5.52~5.67%에 머물렀다.23 9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웃돌며 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지만9, 14일 미국 10년물 종가는 전날보다 낮았고23 15일 국고채 10년물도 4.193%로 6.8bp 내렸다.11 15일 한국 장 마감 뒤에는 미국 9월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1.3% 올라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14, 15 이 경로에서 볼 것은 그날의 금리 방향이 아니라 높은 차입 비용이 오래갈지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1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각국 정부가 역사적으로 큰 적자를 내는 가운데 기업도 세대적인 AI 설비 투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특히 장기 구간에서 "구조적으로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봤다.24 브로드컴 혹 탄 CEO도 12일 싱가포르 행사에서 칩 공급 부족이 풀리는 가운데 자금 조달이 AI 인프라 확대의 가장 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25
14일에는 그 우려가 한 회사의 가격으로 드러났다. 미국 데이터센터 임대 기업 코어위브의 주가는 15.5% 내렸고, 2032년 만기 회사채(표면금리 9.625%)의 수익률은 14.8%로 올라 가격이 액면의 78% 밑으로 떨어졌다(블룸버그 집계 인용 보도). 마이클 인트레이터 CEO는 직원 메모에서 "시장이 오해하고 비이성적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며 수주 잔고가 모든 채무를 감당하고도 남는다고 밝혔다.7 한 회사, 한 만기의 채권에서 나온 신호여서 AI 산업 전체의 차입 금리나 부도 위험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배수 하락 요인이면서 경로 A와도 이어진다. 데이터센터 기업의 자금 조달이 막혀 설비투자 속도가 바뀌면 GPU·HBM·서버용 D램 주문과 가격 전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인된 변화는 아니다. 금리 상승이 미래 이익에 적용하는 요구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금리에는 성장 전망도 함께 들어 있어 정상 PER이 기계적으로 내려간다고 볼 수도 없다.
C · 가격을 먼저 흔드는 강제 매도수급
직접 관측. 10월 13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93억 5,000만원으로 7월 31일(1,220억 1,000만원) 이후 가장 많았다(금융투자협회 집계, SBS Biz 보도).26 15일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순매도했고, 규모는 집계에 따라 3조 6천억원대에서 4조 8천억원대다.9 미수금 반대매매는 파생상품 청산까지 포함한 전체가 아니어서, 이 숫자들로 지수 낙폭을 얼마나 설명했는지 계산할 수는 없다.
급락 전 포지션. BofA의 10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10월 2~8일, 161명·운용자산 4,530억달러)에서 기술주 비중 확대는 2020년 8월 이후 가장 컸고, 현금 비중은 3.9%였다.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글로벌 반도체 매수'(45%)가 꼽혔다.27 급락 전 조사여서 실제로 얼마나 청산됐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증권사 해석과 당국. 유안타증권은 10월 12~13일 급락에 TRS·CFD 관련 포지션 축소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급격한 포지션 축소 뒤 추가 매도 압력은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봤다.28 15일까지는 그 완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외국인 순매도에서 해당 청산분을 분리한 직접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 국내 CFD는 2023년 9월부터 실제 투자자 유형(개인·기관·외국인)에 따라 거래실적을 집계하므로, 외국계 중개사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 매도로 볼 수는 없다.29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과도한 부채와 신용에 의존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한 것도 이 경로와 닿아 있다.13
미확인. 각 거래의 실제 청산 규모, 매도 주체, 지수 하락 기여도. 포지션 청산은 낮은 가격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기업의 적정 가치가 낮아졌다는 증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