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부터 거래소까지 한 번 훑고,
값이 1달러에 붙들리는 구조로 들어간다.
스테이블코인 이야기를 하려면 그 앞을 먼저 봐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시장 안에서 생긴 물건이고, 그 시장의 성질 때문에 만들어졌다.
은행 계좌의 잔액은 은행이 관리하는 장부에 적힌 숫자다. 코인은 그 장부를 특정 회사가 아니라 참여한 모두가 나눠 갖는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는지가 공유 장부에 기록되고, 그 기록을 고치려면 참여자 다수를 움직여야 한다. 중앙에 관리자가 없는 대신 되돌리기도 어렵다.
처음 나온 것이 비트코인이다. 2008년 10월 설계 문서가 공개됐고 첫 기록은 2009년 1월 3일에 만들어졌다. 그 뒤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코인이 계속 나왔다.
리플은 XRP를 만든 회사 이름이다. 국내에서 오래 섞여 쓰였고, 업비트는 2025년 2월 종목명을 「리플」에서 「엑스알피」로 바꿨다.
여기서 이 편의 출발점이 나온다. 주식 뒤에는 회사가 있고 채권 뒤에는 갚을 의무가 있다. 코인 뒤에는 그런 것이 없다. 값을 만드는 것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뿐이다.
그래서 값이 크게 움직인다. 국제결제은행은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2025년 고점 대비 약 50% 내렸다고 적었다. 한국은행은 2025년 10월 10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 직후 선물시장의 대규모 청산으로 값이 급하게 빠진 일을 예로 들었다.
절반이 비트코인 하나다. 나머지를 수천 종이 나눠 갖는다. 국제통화기금 집계 기준이다.
코인은 거래소에서 산다. 그런데 한국과 해외는 문이 다르다.
바이낸스는 2021년 8월 한국 원화 거래쌍과 결제수단을 모두 없앴다. 국내 규제를 앞서 지키겠다는 이유였다. 그 뒤로 해외 큰 거래소에 원화로 들어가는 길은 사실상 닫혀 있다.
그러면 해외 거래소 안에서는 무엇으로 값을 매길까. 하루에도 크게 움직이는 코인끼리 값을 매기면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 값이 안 움직이는 코인이 필요해진 자리가 여기다.
마지막 칸이 출발점이다. 값이 하루에도 크게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잠시 돈을 세워 둘 자리가 필요했다. 2025년 6월 기준 세계 가상자산 거래의 85%가 이 코인으로 결제된다.
비트코인 설계 문서에는 2,100만이라는 숫자가 없다. 「정해진 수의 코인이 유통되고 나면 보상이 수수료로 넘어간다」고만 적혀 있다.
상한은 프로그램의 발행 규칙에서 나온다. 처음 한 번에 50개로 시작해 21만 번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그 합이 2,100만에 수렴한다. 마지막으로 절반이 된 것은 2024년 4월 20일이고 지금은 한 번에 3.125개가 나온다.
알트코인은 공식 정의가 없다. 국제기구도 감독당국도 이 말을 규정한 문서를 두지 않았다. 시장에서 쓰는 묶음말이다.
밈코인은 다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기업금융국이 2025년 2월 27일 직원 성명을 내고, 인터넷 밈이나 화제에서 나와 온라인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코인을 밈코인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증권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건 규칙이 아니라 직원 성명이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
엑스알피 소송은 코인 자체가 증권인지를 묻지 않았다. 2023년 7월 판결은 기관에 직접 판 것은 투자계약이고, 거래소 호가창에서 판 것은 아니라고 갈랐다. 산 쪽이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어떻게 팔았는지가 기준이었다. 항소는 2025년 8월 7일 취하돼 사건이 끝났다.
스테이블코인값이 달러 같은 특정 가치에 붙들려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 발행사가 그만큼의 자산을 따로 쌓아 값을 지킨다.은 값이 1달러에 붙들려 있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그런데 2023년 3월 11일,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화면 값이 0.88달러까지 내려갔다.
최저가는 자료마다 86센트와 88센트로 갈린다. 미 연준은 86센트로, 다른 연준 계열 보고서와 한국은행은 0.88달러로 적었다.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은 준비자산발행한 코인만큼 발행사가 따로 쌓아 두는 자산. 현금, 예금, 국채 등으로 구성한다. 가운데 33억달러를 실리콘밸리은행에 예치해 두고 있었다. 그 은행이 3월 10일 문을 닫았다. 잃을 뻔한 돈은 전체 준비자산의 8%였는데, 몰린 상환코인을 발행사에 돌려주고 액면가만큼 돈을 받는 것. 요구는 시가총액의 18%인 78억달러어치였다.
KB국민은행 예금 100만원과 신한은행 예금 100만원은 언제나 같은 100만원이다. 두 은행이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쌓아 두고 중앙은행 결제시스템 안에서 서로 정산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것을 화폐의 단일성이라고 부른다.
스테이블코인에는 그 중앙 정산이 없다. 발행사마다 준비자산 구성도 다르고 신용도 다르다. 한국은행은 이렇게 적었다. 양대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조차 항상 1대1로 교환되지는 않는다. 1코인이 1달러인지를 묻기 전에, 1코인이 1코인인지부터 갈린다는 뜻이다.
같은 일이 처음도 아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은 자유은행제를 도입했다. 주정부가 정한 요건만 채우면 누구나 은행을 세우고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결과는 혼란이었다. 은행마다 담보로 잡은 주정부 채권의 질이 달라, 같은 1달러라고 적힌 지폐의 값이 제각각이었다. 상인들은 어느 은행 지폐인지를 따져 받았다. 어떤 지폐는 90센트, 어떤 것은 80센트에 거래됐다. 인디애나주 자유은행권은 20센트까지 내려갔다.
국가가 찍어도 결과가 다르지 않다. 조선 고종 때 발행한 당백전은 이름대로 기존 동전의 100배 가치를 붙였지만 구리 함량은 거의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곧 알아차렸고, 물가가 치솟았다.
1달러를 내면 1코인이 나오고, 1코인을 돌려주면 1달러가 나온다. 기본 약속이다. 그런데 그 창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이 건물은 4면에서 한 번 더 나온다. 그때는 고장 난 층에 표시가 붙는다.
테더는 엘살바도르 규제당국에 낸 공시문서 기준. 서클은 기관 전용 계정 안내문에 「개인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적어 두었다.
한국은행도 같은 사실을 적었다. 개인과 일반 법인은 발행사에 직접 상환을 청구할 수 없고 거래소에 팔아서 각자 현금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이 방식을 시장상환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1달러는 창구 값이 아니라 3층에서 만들어진 값이라는 뜻이다.
“발행사와 직접 액면가로 발행·상환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소수의 참가자가 있다. 이들이 1차시장과 2차시장발행사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끼리 사고파는 시장. 거래소 화면이 여기다. 사이에서 차익거래같은 물건에 붙은 두 값의 차이를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거래.를 하며 값을 붙들어 둔다.”
국제통화기금은 이 구조를 ETF의 지정참가회사에 빗댔다. 값을 붙드는 것은 발행사의 선언이 아니라 그 문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이유다.
두 곳 다 「1대1로 쌓았다」고 말하지만 채운 것이 다르다. 한쪽 항아리에는 금과 비트코인과 담보부 대출이 들어 있고, 다른 쪽에는 국채와 현금만 들어 있다.
미 연준 연구진이 2026년 4월에 낸 노트에 이런 대목이 있다.
같은 회사, 같은 시점인데 숫자가 이렇게 갈린다. 무엇을 세어 1로 삼았는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총자산에는 금과 비트코인과 담보부 대출이 들어가고, 고품질 자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값을 붙드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그 문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이유다.
값이 풀린 사례 두 건은 고장 난 자리가 서로 달랐다. 3면에서 세운 건물을 놓고 보면 그 자리가 보인다.
2023년 3월의 USDC는 준비자산이 있었다. 다만 은행이 주말에 문을 닫으면서 1층 창구가 멈췄고, 2층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었다. 2면의 질문에 이제 답할 수 있다. 일요일의 정부 발표가 값을 크게 되돌렸고, 월요일에 창구가 다시 열리면서 완전히 1달러로 돌아왔다. 미 연준이 이 순서로 적었다. 값을 마무리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다시 열린 문이었다.
2022년 5월의 테라USD는 달러도 국채도 쌓아두지 않았다. 값이 내려가면 같은 회사가 만든 다른 코인(루나)을 1달러어치 주는 방식으로 값을 붙들었다. 그 약속이 준비자산을 대신했다.
바꿔줄수록 루나가 더 찍혔고, 루나 값이 내려갈수록 바꿔줄 힘이 줄었다. 일주일 만에 발행량이 3억 개대에서 6조 개대가 됐다.
“테라가 무너진 주된 이유는 1달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뒷받침할 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안정화 장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투자자 손실을 400억달러 이상으로 적었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하나는 채울 것이 있는데 문이 닫혔고, 다른 하나는 문을 열어도 채울 것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달러 이야기였다. 한국은 창구가 다른 자리에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코인을 사려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같은 은행 안에 있는 거래소 계좌와 고객 계좌 사이로만 돈이 오가게 한 계정.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에 근거를 둔다.이 있어야 한다.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 제3항 제2호에 근거가 있고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이 계정은 같은 은행 안에 있는 거래소 계좌와 고객 계좌 사이에서만 돈이 오간다. 은행 한 곳과 제휴를 맺지 못하면 원화마켓원화로 코인을 직접 사고파는 시장.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이 있어야 열린다.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2026년 7월 기준 다섯 곳이다.
업비트·케이뱅크 · 빗썸·KB국민은행 · 코인원·카카오뱅크 · 코빗·신한은행 · 고팍스·전북은행
이 구조는 숫자로 이렇게 드러난다. 한국은행 집계, 2025년 6월 말 기준이다.
한국 사람은 달러 코인을 다리로 쓰지 않는다. 원화로 곧장 산다. 은행 창구가 거래소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 보유금액도 크지 않다. 2025년 6월 말 USDT 5,571억원, USDC 207억원으로 세계 시가총액의 0.1% 수준이다. 한국에서 이 코인은 주로 국내와 해외 거래소 사이를 오가는 이동 수단으로 쓰인다.
한국은행은 달러 코인이 국내 원화 수요를 널리 대신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통화가 달러로 바뀌는 현상은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튀르키예처럼 물가가 크게 오르는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
국내에 머무는 잔액은 작지만, 밖으로 나가는 흐름은 작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낸 자료 기준으로 2026년 6월 국내 5개 거래소의 순유출은 5,603억원이고, 2025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누적 순출고는 14조 9,246억원이다. 18개월 연속 순유출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낸 자료 기준으로 2026년 2월 말 국내 스테이블코인 보유금액은 6,071억원이다.
마지막 항목이 중요하다. 공시는 무엇을 갖고 있는지만 알려준다. 급할 때 그것이 얼마에 팔리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전체 시장 규모. 2026년 8월 시점의 총 시가총액은 1차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2026년 5월 말 약 3,200억달러가 확인된 마지막 값이다.
점유율. 두 발행사 모두 분모를 밝히지 않았다. 서클은 27%, 테더는 60% 이상이라고 했는데 분모가 서로 다르다. 금액만 적었다. 2026년 6월 말 기준 테더 1,836억달러, 서클 733억달러다.
USDC 최저가. 미 연준 문서 안에서도 86센트와 88센트로 갈린다. 하나로 적지 않고 범위와 출처를 함께 적었다.
테라 손실 4,500억달러. 이 숫자는 2022년 5~6월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줄어든 금액이지 테라 한 건의 손실이 아니다. 섞어 쓴 보도가 많아 여기서는 미 법무부 기준 400억달러만 적었다.
비정기 리서치 No.03 · 코인의 뒷면에는 국채가 있다
이 글은 경제·금융 용어의 뜻과 읽는 방법을 설명하는 교양 자료입니다. 특정 자산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수치는 각 발행사 공시, 국제기구·중앙은행 보고서, 국회 제출자료 인용 보도 기준. 기준일은 본문에 함께 적었습니다.
시장을 읽는 말들 ·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