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식 용어 연재 05
급락은 어떻게더 큰 급락을 만드는가
아무도 새로 나쁜 판단을 하지 않았는데
왜 매도는 계속 늘어날까.
01계좌 안에서 벌어지는 일
가격보다 더 크게
내 몫이 줄어든다
시장 전체가 급락하고 거래가 멈추기도 했던 날,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첫 하락 뒤에 나온 매도는 모두 새로운 판단이었을까.
주가가 20% 내렸는데
왜 내 돈은 40% 줄었을까.
한 계좌의 안쪽설명용 가상 계좌
자산−20%
자기자본전체 자산에서 빚을 뺀 금액. 실제로 내 몫인 부분.−40%
자산은 40 줄었는데 빚 100은 그대로다. 줄어든 40이 통째로 내 몫에서 빠진다. 왼쪽 숫자는 가격의 방향, 오른쪽은 계좌 안의 일이라 색을 나눴다.
주가가 내려도 빚은 함께 줄어들지 않는다.
레버리지내 돈보다 큰 자산을 보유하는 구조. 빌린 돈이나 증거금을 이용해 자기 자금보다 큰 금액을 굴린다.는 내 돈보다 큰 자산을 보유하는 구조다. 상승할 때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하락할 때 자기자본은 더 빠르게 줄어든다.
계좌 안에는 경계선이 있다
내 몫이 줄면 계좌의 상태가 바뀐다. 아래에서는 이 계좌가 계약상 경계선을 통과했다고 가정한다. 어떤 지점을 지나면 투자자의 판단보다 계좌의 규칙이 먼저 작동할 수 있다.
계좌 상태의 다섯 구간가상 조건
정상
경고
추가 자금 필요
포지션 축소 가능
강제매도 가능
위 경계선은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조건이다. 실제 담보 기준과 처분 방식은 금융회사와 상품마다 다르다. 그래서 실제 비율 수치는 넣지 않았다.
투자자회사는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계좌의 규칙회사 판단은 나중이다. 먼저 빚을 줄여야 한다.
비슷해 보이는 세 가지
추가담보 요구증거금이나 담보 부족을 해소하라는 요구. 추가 자금을 넣거나 포지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마진콜이라고도 한다.금융회사가 요구
담보를 더 넣으라는 요구. 곧바로 전량 처분을 뜻하지 않는다.
강제매도담보 부족이 해소되지 않았거나 계약상 조건이 충족됐을 때, 채권자나 시스템이 위험을 줄이려고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것. 반대매매·강제처분·강제청산은 상품과 제도에 따라 범위가 조금씩 다르다.채권자·시스템이 실행
조건이 충족되면 위험을 줄이려고 자산을 처분한다.
손절투자자가 미리 정해 둔 손실 기준에 따라 스스로 매도하는 것.투자자가 스스로
정해 둔 손실 기준에서 본인이 판단해 매도한다.
셋 다 매도를 만들지만 주체와 강제성이 다르다. 손절은 투자자의 규칙이고, 강제매도는 계좌 계약의 규칙이다.
1페이지의 답
레버리지는 상승률만 키우는 장치가 아니다. 가격이 내려갈 때 자기자본이 더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다.
한 계좌의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계좌가 내놓은 매도가 시장의 다음 가격이 된다.
02계좌에서 시장으로
한 번의 매도가
다음 매도를 깨운다
한 사람의 계좌 문제는 어떻게 시장 전체의 가격이 되는가. 다섯 단계로 따라간다.
1단계최초 충격
출발점실적금리정책전쟁대형 투자자의 매도매수·매도 불균형
처음 가격을 내린 이유와, 그 뒤 하락을 키운 이유는 다를 수 있다.
2단계계좌의 경계선 통과
자기자본·담보 상태·손실 한도·손절 기준이 함께 나빠진다.
가격 하락은 계좌의 결과이면서, 다음 매도의 조건이 된다.
3단계가격을 따지지 않는 매도
강제매도는 적정가치를 묻지 않는다. 회사가 나빠져서 파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계좌를 살리기 위해 파는 것일 수 있다. 다만 모든 강제매도가 시장가 주문원하는 가격을 지정하기보다 현재 시장에서 가능한 가격으로 빠르게 체결하려는 주문.으로 실행되지는 않는다. 주문 방식은 금융회사·상품·상황에 따라 다르다.
강제매도는 가격보다 포지션 축소가 우선되는 주문이 되기 쉽다.
4단계얇아진 호가를 밀어낸다
앞 페이지의 그 계좌가 400주를 내놓았다고 하자. 가격보다 체결을 우선한 주문이다. 호가사겠다 또는 팔겠다고 올려 둔 가격과 수량. 매수 호가는 사겠다는 쪽, 매도 호가는 팔겠다는 쪽이다.창은 이렇게 쌓여 있다.
매수 대기 물량설명용 가상 호가창
즉시 체결 매도 400주가격보다 빠른 체결을 우선하는 주문이라고 하자. 현재 매수호가를 연속해서 받아간다.
매수 대기잔량체결 결과
100원100주100주 소진
99원150주150주 소진
98원200주150주 · 50주 남음
남은 매도 주문400→300→150→0
마지막 거래가격 98원 · 평균 체결가 98.875원. 400주가 모두 100원에 팔리지 않는다. 100원 주문이 소진되면 다음 가격으로 내려가 체결된다.
체결 합계 100 + 150 + 150 = 400주. 첫 호가와 평균 체결가의 차이를 슬리피지주문을 낼 때 기대한 가격과 실제 체결된 가격의 차이.라고 부른다.
같은 매도 물량도 받아줄 주문이 적을수록 가격을 더 멀리 밀어낸다. 유동성원하는 때에 가격을 크게 흔들지 않고 사고팔 수 있는 정도.은 가격을 크게 흔들지 않고 사고팔 수 있는 정도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다. 급락장에서는 이런 일이 동시에 벌어진다.
동시에팔려는 주문 증가기다리던 매수 주문 취소매수 주문이 더 낮은 가격으로 이동호가 사이 간격 확대같은 매도의 가격 충격 확대
급락장에서는 매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받아줄 가격도 아래로 물러난다.
5단계새 가격이 다음 계좌를 건드린다
98원은 시장의 새로운 체결가격이 된다. 이 가격은 많은 계좌의 평가손익과 담보 상태에 반영돼 다음 경계선을 건드릴 수 있다. 다만 위험관리에 쓰는 평가가격보유 자산의 가치와 위험을 계산할 때 쓰는 기준가격. 최근 체결가·종가·별도 기준가격 등 상품과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은 상품과 기관마다 다르다.
첫 번째 계좌가 밀어낸 가격이 두 번째 계좌의 경계선을 건드릴 수 있다.
이 계단은 어느 단에서든 멈출 수 있다. 무엇이 멈추게 하는지는 3페이지에서 본다.
●●●●● 매수 대기 두꺼움● 얇음
1최초 충격●●●●●
2평가손실●●●●●
3담보·손실 기준 접근●●●●
4강제매도●●●
5매수 호가 소진●●
6추가 하락●
7다음 계좌의 기준 통과●
7단은 다시 4단의 조건을 만든다
오른쪽 점은 받아줄 매수 주문의 두께다.
2페이지의 중심
급락은 직선이 아니라 되먹임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돌아가 같은 움직임을 강화하는 구조. 고리다.
가격은 계좌를 바꾸고, 바뀐 계좌는 주문을 바꾸며, 그 주문이 다시 가격을 바꾼다.
멈추는 것과 멈추지 않는 것
서킷브레이커지수가 일정 폭 이상 급락할 때 시장 전체의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는 하락을 없애지 않는다. 잠시 거래를 멈춰 주문과 정보를 정리할 시간을 산다. 이미 난 손실과 담보 부족은 그동안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거래가 멈출 때 멈추는 것과 멈추지 않는 것
멈추는 것
- 일정 시간 동안의 연속적인 체결
- 체결가격이 계속 갱신되는 과정
- 주문과 정보를 다시 볼 틈 없이 거래가 이어지는 상황
멈추지 않는 것
- 이미 발생한 평가손실
- 담보 부족 상태
- 포지션을 줄여야 할 필요
- 재개 뒤 다시 나올 수 있는 매도 주문
발동 기준·단계·지속 시간은 제도와 시장에 따라 다르므로 여기에 적지 않는다. 별도 편에서 다룬다.
03급락장을 읽는 네 질문
누가 팔았는가보다
왜 팔아야 했는가
바닥을 맞히는 방법은 여기에 없다. 재평가와 포지션 정리가 뒤섞인 장을 읽을 때 확인할 질문 네 개를 둔다.
질문 1새로운 악재가 계속 추가됐는가
확인실적 전망 하향신용 사건정책 변화전쟁 확대규제연속된 부정적 공시
가격이 계속 내려간다는 사실과, 새로운 악재가 계속 나온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질문 2하락이 시장 전체로 확산됐는가
확인하락 종목 수상승과 하락의 비율거래량 변화업종 간 동조화대형주와 소형주의 동반 하락방어적 자산까지 내렸는지
시장 전체 확산은 개별 악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단서다. 기계적 매도 여부는 거래량·호가·수급을 더 확인한다.
질문 3좋은 자산과 나쁜 자산이 함께 팔렸는가
급하게 현금을 만들어야 하는 투자자는 지금 팔 수 있는 자산을 먼저 팔 수 있다. 제4편에서 본 좋은 회사라는 평가가 급락장의 매도 압력에서 자동으로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위기에는 나쁜 자산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는 자산이 팔린다.
좋은 자산이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매도 때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좋은 회사니까 언젠가 오른다는 결론도 여기서 나오지 않는다.
질문 4무엇이 고리를 멈출 수 있는가
가능강제매도 물량 소진새로운 악재의 중단현금 보유자의 매수매수 호가 회복담보 상태 안정위험 한도 안정거래 중단을 통한 시간 확보
급반등이 나왔다고 기업 가치가 하루 만에 회복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하락 원인이 모두 해소됐다고 확정할 수도 없다.
연습 문제가상 시장
기업 가치에 관한 새 악재는 추가되지 않음
지수 −4% · 거래량 평소의 3배 · 상승 80종목 대 하락 850종목
신용 사용이 많았던 종목군이 더 크게 하락하고, 장 후반에는 우량 대형주도 동반 급락
다음 날 새 호재 없이 장 초반 +5% 반등
기업 가치가 하루 만에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확정할 수 없다.
전날 하락에 섞였을 수 있는 것담보 기준 악화 · 손실 한도 도달 · 현금 확보 매도 · 호가 부족 · 강제매도 물량 출회
다음 날 반등에 섞였을 수 있는 것강제매도 물량 소진 · 매수 호가 회복 · 가격 충격의 되돌림 · 포지션 축소 완료
둘 다 기업 가치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 · 시장 폭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의 수처럼 움직임이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 보는 지표. · 호가 · 수급 · 새 정보의 유무를 함께 본다.
오해하기 쉬운 문장 셋
“강제매도가 나왔으니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싸다”
강제매도는 가격 왜곡 가능성을 만들 수 있지만 적정가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기업 가치가 동시에 훼손됐을 수도 있다.
“거래량이 많으니 유동성이 좋다”
거래량이 많아도 호가가 얇고 가격 충격이 크면 원하는 가격에 거래하기 어렵다.
“서킷브레이커가 걸렸으니 하락은 끝났다”
거래가 잠시 멈춘 것이지 매도 필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재개 뒤 매도가 이어질 수도 있다.
시리즈를 닫으며
시장에는 판단으로 나오는 주문이 있다.
규칙 때문에 나오는 주문도 있다.
급락장에서는 둘을 구분해야 한다.
가격은 사람의 생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생각이 만든 포지션과, 그 포지션에 붙은 규칙까지 함께 움직인다.
시장을 읽는 말들 · 제1편에서 제5편까지
이번 편에 나온 말 정리
- 레버리지
- 내 돈보다 큰 자산을 보유하는 구조.
- 자기자본
- 전체 자산에서 빚을 뺀 금액. 실제로 내 몫인 부분.
- 담보
-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맡기는 자산.
- 담보 부족
- 담보 가치가 계약이 요구하는 수준 아래로 내려간 상태.
- 추가담보 요구
- 증거금이나 담보 부족을 해소하라는 요구. 마진콜이라고도 한다.
- 마진콜
- 증거금이나 담보 부족을 해소하라는 요구. 추가 자금을 넣거나 포지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 반대매매
- 미수금 미납이나 담보 부족 등 약정상 조건이 충족됐을 때 금융회사가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것.
- 강제처분
- 계약 조건에 따라 보유 자산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
- 강제청산
- 주로 파생상품에서 증거금 부족 시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하는 것.
- 강제매도
- 위 세 가지를 아우르는 이 글의 용어. 투자자의 새 판단 없이 계약이나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매도.
- 손절
- 투자자가 미리 정한 손실 기준에 따라 스스로 매도하는 것.
- 시장가 주문
- 가격을 지정하기보다 지금 가능한 가격으로 빠르게 체결하려는 주문.
- 지정가 주문
- 원하는 가격을 정해 두고 그 가격에 도달해야 체결되는 주문.
- 호가
- 사겠다 또는 팔겠다고 올려 둔 가격과 수량.
- 매수 호가
- 사겠다고 올려 둔 가격.
- 매도 호가
- 팔겠다고 올려 둔 가격.
- 호가 잔량
- 각 가격에 남아 있는 주문 수량.
- 유동성
- 원하는 때에 가격을 크게 흔들지 않고 사고팔 수 있는 정도.
- 슬리피지
- 기대한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
- 평가가격
- 보유 자산의 가치와 위험을 계산할 때 쓰는 기준가격. 최근 체결가·종가·별도 기준가격 등 상품과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시장 폭
-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의 수처럼 움직임이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 보는 지표.
- 서킷브레이커
- 지수가 일정 폭 이상 급락할 때 시장 전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
- 되먹임
- 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돌아가 같은 움직임을 강화하는 구조.
다루지 않은 것, 그리고 다음 이야기
시장에는 강제매도 외에도 ETF 재조정·옵션 헤지·위험 한도처럼 가격 하락에 반응해 매도를 늘리는 장치가 있다. 한 편에 모두 넣으면 어느 것도 정확해지지 않으므로 각각은 별도의 편에서 다룬다.
실제 담보비율, 청산가격 계산식, 증권사별 처분 방식도 넣지 않았다. 회사와 상품마다 다르고, 일반 규칙처럼 제시하면 읽는 사람이 자기 계좌의 기준으로 오해하기 쉽다.
제6편레버리지 ETF는 왜 오래 들고 있으면 다른 결과가 나는가
제7편옵션시장의 헤지가 현물 가격을 움직이는 순간
특별편공매도는 하락을 만드는가, 하락을 따라가는가
특별편서킷브레이커가 멈추는 것과 멈추지 못하는 것
특별편거래량은 많은데 왜 팔기 어려운가
이 글은 경제·주식 용어의 뜻과 읽는 방법을 설명하는 교양 자료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문의 계좌·호가창·시장 수치는 모두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이며, 실제 금융회사의 담보 기준이나 처분 방식과 무관합니다.